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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저는 캐논데일을 처음 봤을 때 이해가 안 갔습니다. 왜 포크를 한쪽만 달아놨을까요? Lefty 포크를 보면서 "이게 제대로 굴러가긴 하나?" 싶었는데, 막상 타보니 생각보다 잘 굴러가더군요. 그때부터 이 브랜드가 묘하게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자전거 잘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뭔가 계속 이상한 방향으로 튀는 회사였거든요. 오늘은 캐논데일이 어떻게 시작했고, 왜 이렇게까지 독특한 브랜드가 됐는지, 그리고 중간에 어떻게 망했다가 다시 일어났는지 정리해봤습니다.

    Cannondale CAAD3 Saeco 팀 모델의 빈티지 로드 자전거
    Cannondale CAAD3 Saeco

    가방 회사에서 자전거 회사로: 캐논데일의 시작

    캐논데일의 시작은 19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원래 이 회사는 자전거를 만들려고 설립된 게 아니었습니다. 창업자 조 몽고메리(Joe Montgomery)와 머독 맥그리거(Murdoch McGregor)는 코네티컷주 윌튼에서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주택을 만들려고 했다가, 방향을 틀어서 자전거 트레일러와 가방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당시 자전거 투어링이 유행하던 시기라 경량 가방 수요가 많았거든요.

    놀라운 건 속도였습니다. 캐논데일은 6개월도 안 돼서 2,200개 이상의 자전거 딜러로부터 주문을 받았고, 20개월 만에 세계 최대 경량 자전거 가방 제조사가 됐습니다. 이때부터 이 회사는 "빠르게 움직이고,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는 DNA를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캐논데일의 성격이 이미 결정됐다고 봅니다. 안정적으로 가는 스타일이 아니라, 무조건 한 번은 방향 틀어보는 회사였던 거죠.

    1983년, 캐논데일은 첫 자전거인 ST500을 출시합니다. 당시 대부분의 자전거가 스틸 프레임을 쓰던 시절에, 캐논데일은 과감하게 오버사이즈 알루미늄 프레임(oversized aluminum frame)을 들고 나왔습니다. 오버사이즈 알루미늄 프레임이란 튜브 지름을 기존보다 크게 만들어 강성을 높인 구조를 말합니다(출처: Sheldon Brown). 가볍고 튼튼하지만, 제작 난이도가 높아서 당시로서는 꽤 도전적인 선택이었죠. 1984년에는 첫 MTB인 SM500도 내놓으면서, 캐논데일은 본격적으로 자전거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기 시작합니다.

    알루미늄 프레임과 Lefty 포크: 왜 이렇게까지 했을까?

    캐논데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CAAD(Cannondale Advanced Aluminum Design) 프레임입니다. 특히 2004년부터 2007년 사이에 생산된 CAAD6는 지금 봐도 놀라운 수준입니다. 56cm 프레임 기준으로 무게가 약 1kg(2.2파운드)밖에 안 나갔거든요. 지금도 많은 카본 프레임보다 가벼운 수준입니다.

    제가 직접 써본 건 아니지만, 당시 CAAD 프레임의 제작 과정을 보면 정말 미친 짓이었습니다. 펜실베이니아 공장에서 수작업으로 만들어졌고, 한 프레임당 40번 이상 사람 손을 거쳤다고 합니다. 파워 피라미드 다운튜브(Power Pyramid down tube)는 튜브 두께와 지름을 구간마다 다르게 만들어서 강성과 경량화를 동시에 잡았고, 비대칭 CNC 가공 헤드튜브(asymmetrical CNC machined head tube)는 응력이 집중되는 부분만 두껍게 만들어서 전체 무게를 줄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이런 프레임을 대량 생산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수준이었죠.

    그리고 1992년에 등장한 헤드쇼크(HeadShock) 시스템. 일반적인 서스펜션 포크는 포크 다리 안에 스프링이 들어가는 구조인데, 헤드쇼크는 헤드튜브 안쪽에 서스펜션을 넣어버렸습니다. 니들 베어링(needle bearing)을 써서 부싱보다 마찰이 적고, 포크 자체가 휘지 않아서 조향감이 정확했습니다. 나중에는 이게 진화해서 Lefty 포크가 됩니다. 한쪽만 있는 포크, 처음 보면 정말 이상하게 생겼는데, 사각형 또는 삼각형 단면 구조 덕분에 비틀림 강성이 엄청 높았습니다.

    1. 헤드쇼크 시스템: 헤드튜브 내부에 서스펜션을 통합해 포크 강성을 극대화
    2. Lefty 포크: 단일 다리 구조로 무게를 줄이면서도 사각/삼각 단면으로 강성 확보
    3. CAAD 프레임: 가변 두께 튜브와 비대칭 설계로 1kg대 초경량 알루미늄 프레임 구현

    솔직히 이쯤 되면 기능보다도 "왜 저렇게 만들었지?"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그런데 또 그게 묘하게 재밌더군요. 캐논데일은 그냥 잘 만든 브랜드라기보다 "성격 있는 브랜드"에 가깝습니다.

    Canondale lefty fork is specific type of bicycle suspension fork with a single leg on the left side
    Cannondale's the Lefty

    모터사이클 사업과 파산: 선을 넘은 도전

    캐논데일은 자전거만 만든 게 아닙니다. 1996년, 이 회사는 오프로드 모터사이클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1997년 첫 모델인 MX400을 내놨는데, 알루미늄 프레임에 공랭식 2행정 엔진을 얹은 구조였습니다. 자전거에서 쌓은 알루미늄 가공 기술을 모터사이클에도 적용하겠다는 의도였죠. 나중에는 MX250, FX400 같은 4행정 모델도 나왔습니다.

    문제는 시장이었습니다. 모터크로스 시장은 이미 혼다, 가와사키, KTM 같은 거대 브랜드들이 장악하고 있었고, 이들은 수십 년간 레이싱에서 쌓은 신뢰와 네트워크가 있었습니다. 캐논데일은 기술적으로는 혁신적이었지만, 초기 모델들이 엔진 신뢰성 문제로 리콜을 겪으면서 평판이 나빠졌습니다. 개발비와 제작비, 그리고 문제 수습 비용이 계속 쌓이면서 회사 전체 재정에 부담이 됐죠.

    결국 2003년, 캐논데일은 챕터11 파산보호 신청을 합니다. 자전거 부문은 흑자였는데, 모터사이클 부문 손실이 너무 컸던 겁니다. 제 생각엔 이건 좀 무리수였습니다. 자전거 잘 만들던 회사가 갑자기 혼다, 야마하랑 붙겠다고 한 건 지금 보면 거의 도박에 가까웠거든요. 모터사이클 부문은 결국 매각됐고, 캐논데일 모터스포츠라는 회사가 인수했지만 그쪽도 결국 실패했습니다.

    휠체어 사업도 비슷했습니다. 창업자 조 몽고메리의 아들 마이클이 뇌성마비였고, 그 때문에 몽고메리는 기존 휠체어 품질에 불만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캐논데일이 경량 알루미늄 기술로 스포츠용·일상용 휠체어를 만들었는데, 이쪽도 정부 규제와 의료기기 유통망 문제로 생각만큼 확장되지 못했습니다. 결국 자전거 외 사업들은 대부분 정리됐죠.

    파산 이후 다시 자전거로 부활 회생

    파산 후 캐논데일의 자산은 페가수스 캐피털 어드바이저스(Pegasus Capital Advisors)에 인수됐고, 회사는 다시 자전거에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2008년에는 자전거 업계 대형 그룹인 도렐 인더스트리(Dorel Industries)가 약 2억 달러에 캐논데일을 인수했습니다. 이 시기부터 캐논데일은 안정적인 운영 체제로 전환됐지만, 동시에 예전만큼의 "미친 느낌"은 좀 줄어든 것도 사실입니다.

    2014년, 캐논데일은 펜실베이니아 베드포드 공장을 닫고 모든 프레임 생산을 아시아로 이전했습니다. 비용 효율과 생산 규모 확대를 위한 결정이었죠. 지금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손으로 40번 만지던 그 프레임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으니까요. 하지만 캐논데일은 여전히 혁신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전기자전거(e-bike) 라인을 확대했고, 그래블 바이크 분야에서도 독특한 제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캐논데일 Topstone Carbon Lefty입니다. 그래블 바이크에 Lefty 서스펜션 포크를 단 모델인데, 처음 봤을 때 "그래블에 웬 서스펜션?"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험한 노면에서 꽤 유용하다는 평이 많습니다. 또 Synapse 모델에는 SmartSense 시스템이 들어갑니다. 자전거에 라이트와 후방 레이더를 통합한 건데, 도심 라이딩이나 출퇴근용으로는 확실히 안전성이 높아집니다(출처: Cannondale 공식 사이트).

    현재 캐논데일은 PON 그룹 산하에 있습니다. 도렐이 자전거 사업부를 PON에 매각했거든요. 지금은 예전처럼 손으로 하나하나 만드는 브랜드는 아니지만, 여전히 Lefty 같은 독특한 기술을 유지하고 있고, 프로 사이클링 스폰서십도 계속하면서 고성능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캐논데일은 "잘 만든 브랜드"라기보다는 "계속 뭔가 해보는 브랜드"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한테는 엄청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어떤 사람한테는 쓸데없이 복잡한 브랜드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제 기준에서는 완벽하게 믿고 가는 브랜드라기보다는, 항상 한 번쯤은 의심하면서 보게 되는 브랜드입니다. 근데 또 그런 점 때문에 계속 궁금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앞으로 캐논데일이 또 어떤 이상한 짓을 할지, 저는 계속 지켜볼 생각입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uRWEXKem3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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