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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앙키 자전거가 정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자전거 브랜드일까요? 놀랍게도 이 질문에는 답이 두 개입니다. 기네스북에 공식 등재된 가장 오래된 브랜드는 1860년 설립된 영국의 피어슨(Pearson)입니다. 하지만 피어슨은 원래 대장간이었고, 자전거 제조는 1889년부터 시작했습니다. 반면 비앙키는 1885년 설립 당시부터 자전거를 만들었습니다. 저는 대학 때 동기가 탄 비앙키를 처음 봤는데, 그때만 해도 이 브랜드가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회사인 줄 몰랐습니다.
셀레스트 색상의 비밀
비앙키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역시 그 독특한 민트색입니다. 셀레스트(Celeste)라고 불리는 이 색상은 비앙키의 상징이지만, 정작 이 색의 유래에 대해서는 비앙키 본사조차 정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밀라노의 하늘색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고, 또 다른 설명으로는 군용 페인트 잉여분에 흰색을 섞어서 우연히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심지어 이탈리아 마르게리타 여왕을 위해 특별히 제작했다는 로맨틱한 버전까지 존재합니다.
더 흥미로운 건 셀레스트가 고정된 팬톤(Pantone) 색상 코드조차 없다는 점입니다. 조명 환경, 페인트 배치, 심지어 마케팅 트렌드에 따라 연한 민트색부터 짙은 청록색까지 계속 변화해왔습니다. 제가 처음 본 동기의 비앙키는 상당히 연한 톤이었는데, 최근 매장에서 본 신형 모델들은 조금 더 진한 색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색만 보면 누구나 "아, 비앙키"라고 알아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합니다(출처: 비앙키 공식 홈페이지).
이탈리아 제작 논란의 진실
비앙키는 2021년부터 이탈리아 본토에 3만 제곱미터 규모의 새 생산 시설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투자 금액만 4천만 유로(약 58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였습니다. 회사 측은 "메이드 인 이탈리아의 가치를 되살리고, 카본 프레임 생산을 2023년부터 이곳에서 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카본 프레임(Carbon Frame) 생산이란 단순히 부품을 조립하는 게 아니라, 카본 섬유를 직접 가공해 프레임을 성형하는 전체 공정을 의미합니다.
문제는 2023년이 이미 지났는데도, 실제로 이탈리아에서 카본 프레임을 만들고 있는지 확실한 정보가 없다는 점입니다. 이탈리아의 소규모 장인 브랜드들과 바쏘(Basso) 같은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카본 프레임은 여전히 대만이나 중국에서 생산됩니다. 이건 나쁜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쪽 공장 기술자들이 카본 가공에서는 최고 수준이거든요.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탈리아제"라는 말이 주는 감성이 분명 다릅니다. 저 역시 같은 가격이라면 이탈리아에서 만든 프레임이 더 끌리는 게 사실입니다.
- 2021년: 이탈리아 신규 공장 착공 발표 (투자액 4천만 유로)
- 2023년: 카본 프레임 생산 시작 예정이었으나 확인 불가
- 현재: 대부분의 양산 카본 프레임은 여전히 아시아 생산 추정

비앙키 자전거의 가성비 논쟁
솔직히 말하면, 비앙키는 가성비로 접근하기엔 애매한 브랜드입니다. 같은 가격대에서 자이언트(Giant)나 캐니언(Canyon) 같은 브랜드들은 더 높은 등급의 구동계(Drivetrain)를 장착하고 나옵니다. 구동계란 페달을 밟았을 때 힘을 바퀴로 전달하는 체인, 기어, 변속기 등의 통합 시스템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200만 원대 모델이라도, 다른 브랜드는 시마노 105 그룹셋을 달고 나오는데 비앙키는 티아그라 등급을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비앙키를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색깔 예쁜 자전거” 정도로만 생각했다. 특유의 민트색 프레임이 눈에 확 들어오긴 하는데, 그게 다인 줄 알았다. 그래서 가격을 봤을 때는 ‘이거 브랜드 값 붙은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근데 이것저것 찾아보다 보니까 생각이 좀 바뀌었다. 비앙키는 단순히 디자인만 보고 선택하는 브랜드가 아니었다. 오히려 오래전부터 꾸준히 타온 사람들이 많고, 한 번 타면 계속 타는 경우도 꽤 많았다. 커뮤니티에서도 “비앙키는 만족도가 높다”는 얘기가 반복해서 나오는 걸 보면서, 이건 단순히 감성만으로 설명되는 브랜드는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성능이 압도적으로 뛰어나다는 평가보다는 “오래 타도 질리지 않는다”, “계속 손이 간다” 같은 말들이 많다는 점이었다. 이게 되게 애매한 표현 같으면서도, 실제로 자전거를 오래 타는 사람들 기준에서는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가격 대비 부품 구성만 놓고 보면 다른 브랜드가 더 좋아 보일 수도 있다. 이건 맞는 얘기다. 근데 비앙키를 타는 사람들은 그런 기준으로만 선택하지 않는 느낌이었다. 단순히 스펙이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신뢰나 감성, 그리고 타면서 느끼는 만족감을 더 중요하게 보는 쪽에 가까웠다.
그래서 지금은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예전에는 “왜 굳이 비앙키지?”였다면, 지금은 “이걸 좋아하는 이유가 있겠구나” 정도는 이해가 된다. 성능만 보고 고르는 자전거라기보다는, 오래 타고 싶은 자전거를 고르는 쪽에 가까운 느낌이다.
정리하면 비앙키는 가성비만 보고 선택할 브랜드는 아닐 수 있다. 대신 한 번 선택하면 오래 만족하면서 타는 사람들이 많은 브랜드라는 점에서는 확실히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나처럼 처음에는 단순히 디자인으로만 봤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 다시 보게 되는 브랜드인 건 맞다.
그럼에도 비앙키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계속 나오는 이유가 있습니다. 디자인과 감성입니다. 한강을 달리다 보면 비앙키를 탄 사람들을 자주 보는데, 그 색깔 하나로도 충분히 시선을 끕니다. 저는 미니벨로를 타면서 로드바이크들이 저를 쌩하고 추월할 때마다 "아, 나도 저런 거 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성능 스펙표만 보고 사는 자전거가 아니라, 타고 싶어서 사는 자전거에 가깝다는 게 비앙키의 정체성입니다.
페라리와의 협업, 그리고 비싼 가격의 이유
비앙키는 2017년 페라리(Ferrari)와 손잡고 SF01이라는 모델을 출시했습니다. 기본 골격은 비앙키의 기존 모델인 스페셜리시마(Specialissima)였지만, 페라리 레드 컬러에 맞춤형 부품들을 장착했습니다. 프레임 무게는 780g, 안장은 94g짜리 페라리 커스텀 제품, 심지어 페라리 자동차에 쓰이는 것과 같은 카본 소재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가격은 1만 8천 유로, 우리 돈으로 약 2,600만 원이었습니다.
처음 이 가격을 봤을 때는 "자전거가 아파트냐"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나오는 최상급 로드바이크들을 보면 3천만 원을 넘는 것도 흔합니다. 심지어 비앙키는 최근 마르코 판타니(Marco Pantani)를 기념하는 스페셜리시마 한정판을 1만 5천 달러(약 2,000만 원)에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페라리 모델보다 저렴하다는 게 아이러니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출처: 사이클링 인폼).
이런 고가 모델들이 실제로 팔리는 걸 보면, 비앙키의 전략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한강에서 중고 미니벨로 타고 있을 때, 옆을 지나가던 수천만 원짜리 자전거들을 보며 "부가티 베이론 차주가 티코를 추월하는 기분이 이런 건가" 싶었습니다. 자전거는 결국 취미이고, 그 취미에 얼마를 쓸지는 각자의 선택입니다. 비앙키는 그 선택지 중에서도 감성에 무게를 두는 쪽에 가깝습니다.
비앙키는 성능 스펙만 놓고 보면 가성비가 최고인 브랜드는 아닙니다. 하지만 자전거를 고르는 기준이 숫자만은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저는 아직도 그 동기가 탔던 셀레스트 색 자전거를 기억합니다. 그게 얼마짜리였는지, 어떤 부품을 썼는지는 몰라도, "예쁘다"는 첫인상만은 생생합니다. 결국 비앙키를 선택한다는 건, 브랜드가 만들어온 140년의 이야기와 감성을 함께 사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입문자라면 더 꼼꼼히 비교해볼 필요가 있지만, 그 색깔 하나에 마음이 끌린다면 그것도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 참고: https://youtu.be/15B2_57QcE8?si=p_rY4wDoG_8ARXQ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