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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T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기억나는 장면은 의외로 많지 않다. 외계인의 모습보다도,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밤길을 달리던 장면이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그 자전거가 하늘로 떠오르던 순간은,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한 번쯤은 이미지로 접해봤을 정도로 유명하다. ET는 외계 생명체와 소년의 우정을 그린 영화이지만, 동시에 어린 시절의 이동 방식, 즉 자전거가 가지는 의미를 아주 정확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자전거를 타본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는 단순한 SF가 아니라 성장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로 남는다.

    영화의 줄거리, 아이의 세계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ET는 교외에 사는 소년 엘리엇이 우연히 지구에 남겨진 외계 생명체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어른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아이들만이 그 존재를 받아들인다. 엘리엇과 형제들은 ET를 숨기고 보호하려 하며, 정부 기관은 그를 추적한다.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만남과 우정, 그리고 결국 찾아오는 이별이다. 하지만 이 단순한 구조 속에서 영화는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학교, 골목, 숲, 집 앞 도로까지 모든 공간이 아이의 눈높이로 재구성된다.

    이 과정에서 자전거는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아이들에게 자전거는 가장 자유로운 이동 수단이기 때문이다. 어른의 차가 닿지 않는 곳까지 갈 수 있고, 친구와 함께 달릴 수 있다. ET의 세계에서 자전거는 단순한 탈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세상을 탐험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자전거 장면들은 이야기의 흐름과 어색하지 않게 스며든다.

    자전거가 상징하는 어린 시절의 자유

    ET 속 자전거 장면이 특별하게 남는 이유는, 그것이 현실적인 경험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 자전거를 처음 타고 동네를 벗어나던 순간을 떠올려보면 비슷한 감정이 있다. 부모의 시선에서 조금 벗어나고, 세상이 갑자기 넓어지는 느낌 말이다. 나도 이 영화를 보며 자연스럽게 그런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이 장면이 단순한 연출을 넘어, 많은 사람의 공통된 경험을 건드린다고 느꼈다.

    영화에서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도망치는 장면은 긴박하지만 동시에 즐겁다. 위험한 상황인데도 묘하게 설렘이 섞여 있다. 이건 직접 해보면 안다. 어린 시절, 괜히 더 멀리 가보고 싶었던 마음과 돌아오는 길에 느끼던 두근거림 말이다. 자전거는 그런 감정을 가장 잘 담아내는 도구였다.

    하늘을 나는 자전거, 현실과 환상의 경계

    ET를 상징하는 장면은 단연 자전거가 하늘을 나는 순간이다. 현실적으로는 말이 되지 않지만, 영화 안에서는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그 장면이 나오기까지의 감정이 충분히 쌓여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는 그동안 아이들의 발이 되어 주었고, 도망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그 자전거가 하늘로 떠오르는 순간,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허물어진다.

    이 장면을 보며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 자전거를 탈 때, 사실 우리는 이미 날고 있었던 게 아닐까.” 과장이 아니라, 그만큼 자유롭게 느껴졌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 장면은 멋있다기보다 애틋하다. 며칠 지나니 포기했다는 식의 감정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계속 떠오르는 기억으로 남는다.

    다시 봤을 때 달라지는 감정

    ET는 어릴 때 봤을 때와 어른이 되어 다시 봤을 때 전혀 다른 영화처럼 느껴진다. 어릴 때는 모험과 환상이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이별과 성장의 감정이 더 크게 다가온다. 자전거 장면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그저 신나는 탈것이었지만, 지금은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의 상징처럼 보인다. 나도 이 지점에서 멈췄다. 자전거를 타며 느끼던 감정이 언제부터 이렇게 달라졌는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ET는 단순히 옛날 영화가 아니다. 자전거를 타본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어린 시절을 지나온 사람이라면 언제 다시 봐도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자전거는 이 영화에서 이야기를 끌고 가지 않는다. 대신 감정을 조용히 옮긴다. 그게 이 영화가 오래 남는 이유다.

    ET는 자전거를 멋있게 그리지 않는다. 하지만 자전거가 가장 빛나던 순간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시간이 지나도 계속 다시 보게 된다. 추억 때문이 아니라, 그때의 감정을 다시 확인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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