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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라면 업힐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다. 아직 경사 초입인데 숨이 먼저 가빠지고, 다리는 묵직해지며, 페달이 점점 굼떠진다. 아직 절반도 오르지 않았는데 이 정도면 됐다는 생각이 들고, 결국 멈추거나 기어를 다시 바꾸며 버티는 상황이 반복된다. 많은 초보자는 이 현상을 체력 부족으로 해석한다. 그래서 더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업힐을 피하거나 무작정 버티는 연습만 반복한다. 하지만 업힐에서 힘이 빨리 빠지는 이유는 체력보다 페달링 리듬이 무너졌기 때문인 경우가 훨씬 많다. 이 글은 업힐을 잘 타는 사람들의 비법을 알려주는 글이 아니다. 왜 같은 경사에서도 어떤 사람은 끝까지 가고, 어떤 사람은 중간에 멈추는지를 리듬이라는 관점에서 구조적으로 설명한다. 이 원리를 이해하면 업힐은 더 이상 무작정 버텨야 하는 구간이 아니라, 흐름을 관리하는 구간으로 바뀐다.
업힐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리듬을 잃는 순간
업힐에서 리듬이 무너지는 시점은 대부분 경사에 진입한 직후다. 경사를 눈으로 인식하는 순간, 몸은 본능적으로 ‘힘을 써야 한다’고 판단한다. 이때 많은 라이더가 페달을 회전시키는 동작에서 벗어나, 페달을 누르는 동작으로 전환한다. 이 변화는 아주 미세하지만 결과는 치명적이다. 페달을 누르기 시작하면 다리 근육 중에서도 허벅지 앞쪽에 힘이 집중되고, 페달 회전은 점점 끊긴다. 처음에는 속도가 유지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이는 아직 남아 있는 근력으로 버티고 있을 뿐이다. 나 역시 이 패턴으로 업힐을 타다가 “이건 오래 못 갔다”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초반에는 잘 가는 것 같았지만, 중반에 들어서면 다리가 급격히 무거워졌고 페달이 멈추기 직전까지 갔다. 며칠 지나니 포기했다. 업힐 자체가 싫어졌다. 이 현상의 핵심은 리듬보다 힘을 먼저 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페달링 리듬이 깨지면 호흡도 동시에 무너진다. 숨은 짧아지고, 심박은 급격히 올라가며, 몸은 위기 신호를 보낸다. 이때 대부분의 초보자는 기어를 다시 바꾸거나, 오히려 더 세게 밟으며 상황을 해결하려 한다. 하지만 이 대응은 거의 항상 실패로 이어진다. 아마 여기서 막힐 거다. “그럼 처음부터 힘을 안 쓰고 어떻게 올라가?”라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힐은 힘을 쓰지 않는 구간이 아니라, 힘을 분산시켜 오래 쓰는 구간이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업힐은 언제나 고통으로 남는다.
리듬이 유지되는 업힐에서 몸이 덜 힘든 이유
업힐에서 페달링 리듬이 유지되면 몸의 사용 방식은 완전히 달라진다. 가장 먼저 변하는 것은 근육 사용 패턴이다. 페달을 부드럽게 회전시키면 특정 근육 하나에만 부담이 쏠리지 않는다. 허벅지, 엉덩이, 종아리가 순차적으로 사용되며, 근육 피로가 분산된다. 동시에 호흡도 페달 회전에 맞춰 안정적인 패턴을 만든다. 이 상태에서는 숨이 끊기지 않고, 심박이 급격히 치솟지 않는다. 나는 이 방식을 처음 시도했을 때 “솔직히 효과 없었다”라고 느꼈다. 너무 느린 것 같았고, 괜히 힘을 아끼는 척하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끝까지 올라가고 나서야 판단이 바뀌었다. 다리는 완전히 소진되지 않았고, 정상에서 숨을 고를 여유가 남아 있었다. 이건 직접 해보면 안다. 리듬이 유지되는 업힐은 힘들기는 해도, 고통이 선형적으로 증가하지 않는다. 반면 리듬이 깨진 업힐은 어느 순간 갑자기 무너진다. 이 차이는 매우 크다. 그래서 나는 이건 안 한다고 정리했다. 업힐에서 순간적인 속도를 유지하려는 방식은 항상 나를 배신했다. 리듬이 유지되는 업힐의 또 다른 특징은 심리적 안정감이다. 페달이 멈추지 않고 돌아가면, ‘언젠가는 올라간다’는 확신이 생긴다. 이 확신은 불필요한 긴장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에너지 소모를 더 낮춘다. 업힐은 다리를 시험하는 구간이 아니라, 리듬을 관리하는 구간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온다.
힘을 덜 쓰는 업힐 리듬을 만드는 현실적인 기준
업힐에서 힘을 덜 쓰기 위해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은 목표 설정이다. ‘빨리 오르기’가 아니라 ‘끝까지 같은 상태로 오르기’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사에 진입하기 전에 미리 기어를 가볍게 선택하고, 페달 회전을 멈추지 않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둬야 한다. 이때 많은 초보자가 느끼는 불안이 있다. 속도가 너무 느려 보인다는 것이다. 나도 이 지점에서 멈췄다. “이렇게 느리게 가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하지만 업힐에서 느린 속도는 실패가 아니다. 멈추지 않는 것이 성공이다. 무거운 기어로 버티는 방식은 항상 중간에 리듬을 깨뜨린다. 그래서 나는 이 방식은 나에게 맞지 않았다라고 판단했다. 이건 추천하지 않는다. 업힐에서 자존심을 세우는 순간, 다리는 가장 먼저 무너진다. 힘을 덜 쓰는 리듬의 핵심은 일정한 회전과 일정한 호흡이다. 페달이 ‘툭툭’ 끊기지 않고 원을 그리듯 돌아가고, 숨이 그 회전에 맞춰 이어지면 업힐은 끝까지 유지 가능한 상태가 된다. 아마 여기서 막힐 거다. 느린 리듬이 답이라는 걸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기준을 받아들이는 순간, 업힐은 더 이상 공포의 구간이 아니라 연습 가능한 구간으로 바뀐다. 업힐은 체력을 증명하는 곳이 아니라, 리듬을 유지하는 연습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