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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과 라이딩을 한다는 말은 자전거를 꾸준히 타는 사람에게 꽤 특별한 약속처럼 들린다. 혼자 달릴 때는 내 컨디션이 기준이지만, 누군가와 함께 달리는 순간부터 기준은 자연스럽게 상대에게 옮겨간다. 특히 직장 선배처럼 경험이 많고 체력도 안정적인 사람과 함께라면, 출발하기 전부터 마음이 먼저 조급해진다. 나는 이 조급함이 단순히 체력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몇 번 같이 타보니 체력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내 마음속에 “뒤처지면 안 된다”는 규칙이 몰래 생겨버렸고, 그 규칙이 라이딩을 즐거움이 아니라 시험으로 만들었다. 그때부터 작은 실수 하나에도 스스로를 몰아붙이게 됐고, 쉬는 타이밍조차 말로 꺼내기 어려워졌다. 솔직히 효과 없었다. 같이 타면 더 늘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지쳤다. 이 글은 선배님과 라이딩을 하며 내가 실제로 겪었던 압박의 정체를 정리하고, 관계를 망치지 않으면서도 내 페이스를 지키는 방법을 기록한 경험형 글이다. 아마 여기서 막힐 거다. 선배는 좋은 사람인데 왜 내가 힘든지 설명이 안 될 수 있다. 나도 그 지점에서 멈췄고, 그 멈춤 덕분에 기준을 다시 세울 수 있었다. 이건 오래 못 갔다라고 느껴지는 라이딩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고, 그 이유를 알아야 다음에 더 멀리 갈 수 있다.
같이 타기 전부터 시작되는 압박의 정체
선배님과 라이딩을 앞두면 출발 전부터 마음이 복잡해진다. 오늘 코스는 어떤지, 선배 페이스는 어느 정도인지, 내가 뒤처지면 분위기가 어색해지지 않을지 같은 생각이 먼저 올라온다. 문제는 이 생각들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미리 당겨와서 현재의 몸을 긴장시키는 데 있다. 똑같이 자전거를 세팅하고, 똑같이 페달을 밟는데도 가슴이 먼저 답답해지고 호흡이 얕아진다. 나는 예전엔 이걸 준비 부족이라고 착각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타야 한다고 마음먹고, 출발부터 무리한 페이스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건 오래 못 갔다. 초반에 따라붙는 데 성공하면 잠깐 안도하지만, 그 안도는 금방 새로운 압박으로 변한다. 이제는 이 속도를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생기기 때문이다. 결국 중반에 다리가 터지고 숨이 차오르며, 내 마음속 목소리는 냉정해진다. 내가 왜 이렇게 약하지, 오늘도 못 따라가면 어쩌지 같은 말들이 머리를 채운다. 솔직히 효과 없었다.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몸은 정직했고, 무리한 페이스는 후반에 반드시 대가를 치렀다. 그래서 나는 이건 안 한다고 정했다. 선배 페이스를 정답으로 두지 않기로 했다. 선배가 빠르다고 내가 반드시 같은 속도로 가야 하는 건 아니다. 아마 여기서 막힐 거다. 함께 라이딩인데 각자 페이스를 말하면 민폐 같다고 느낄 수 있다. 나도 그 지점에서 멈췄다. 하지만 말하지 않으면 상대는 모른다. 선배가 배려하지 않는 게 아니라, 내가 신호를 보내지 않는 것이다. 나는 “오늘은 회복 라이딩으로 가고 싶다” “업힐에서는 내 호흡 기준으로 갈게요” 같은 문장을 미리 정해두었다. 이 문장을 준비해두면 현장에서 말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그러면 출발 전 압박은 줄어들고, 라이딩은 시험이 아니라 동행으로 돌아온다. 결국 함께 타는 라이딩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다리 힘이 아니라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였다.
함께 달리며 무너진 지점과 다시 세운 기준
선배님과 라이딩을 하다 보면 반드시 한 번은 무너지는 지점이 온다. 나에게 그 지점은 업힐에서 더 자주 찾아왔다. 선배는 리듬을 유지하며 올라가는데, 나는 그 리듬을 따라가려는 순간 허리가 당기고 호흡이 찢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경사가 심해질수록 나는 페달을 돌리는 게 아니라 버티는 동작으로 바뀌었고, 결국 멈춰 서게 됐다. 그날 나는 “이건 오래 못 갔다”라는 말을 마음속으로 삼켰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했지만, 속으로는 자책이 커졌다. 그때 선배는 아무렇지 않게 물을 마시고 기다려줬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배려가 고맙기보다 더 미안하게 느껴졌다. 나는 이 감정이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미안함이 쌓이면 다음 라이딩에서 더 무리하게 되고, 무리는 다시 실패를 부른다. 며칠 지나니 포기했다는 말이 나오는 과정은 대부분 여기서 시작된다. 그래서 나는 방식 자체를 바꿨다. 먼저 내가 할 수 없는 걸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건 안 한다”라고 기준을 세웠다. 업힐에서 선배 페이스를 따라가는 시도를 중단했다. 대신 나는 업힐에서 내가 지킬 수 있는 단 하나의 원칙을 만들었다. 호흡이 끊어질 정도로 무리하지 않는다. 이 방식은 나에게 맞지 않았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선배의 방식이 틀린 게 아니라, 내 현재 상태에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원칙을 선배에게 짧게 공유했다. “업힐에서는 제 호흡대로 갈게요. 정상에서 만나요.” 이 한 문장이 관계를 살렸다. 아마 여기서 막힐 거다. 그 말을 하면 선배가 기분 나쁠까 걱정될 수 있다. 나도 이 지점에서 멈췄다. 그런데 현실은 반대였다. 선배는 오히려 편해했고, 나도 편해졌다. 내가 숨기던 압박이 사라지니 업힐의 고통도 줄었다. 이건 직접 해보면 안다. 기준을 공유하면, 상대는 맞춰줄 수 있고, 최소한 기다리는 방식이라도 선택할 수 있다. 반대로 내가 아무 말도 안 하면 상대는 계속 같은 페이스로 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무너진 경험을 반복해봤자 솔직히 효과 없었다. 결국 성장에 도움이 되는 건 무조건 버티는 게 아니라, 무너진 지점을 기록하고 다음에 바꿔보는 것이다.
다음 라이딩이 편해지는 대화와 약속의 기술
선배님과 라이딩을 오래 유지하고 싶다면, 실력보다 먼저 대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나는 예전에는 라이딩을 끝내고 나서야 말이 나왔다. 힘들었다, 다음엔 더 잘하겠다, 이런 말들이다. 그런데 그 말들은 대부분 결과만 이야기할 뿐, 다음을 바꾸지 못했다. 솔직히 효과 없었다. 그래서 나는 라이딩 전에 작은 약속을 만들었다. 첫째, 오늘의 목적을 먼저 말한다. 훈련인지, 회복인지, 구경인지가 다르면 같은 코스도 완전히 다른 라이딩이 된다. 둘째, 쉬는 타이밍을 미리 정한다. “업힐 하나 끝나면 3분만 쉬자”처럼 기준이 있으면 서로 눈치 볼 일이 줄어든다. 셋째, 분기점을 정해둔다. 예를 들어 코스 중간에서 컨디션이 좋으면 추가로 가고, 아니면 바로 복귀하기로 합의하는 것이다. 이 약속들이 생기면 선배님과 라이딩이 갑자기 안정된다. 가장 좋은 점은, 내가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이 생긴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따라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출발부터 페이스가 무너졌지만, 이제는 내 페이스를 지키는 것이 오히려 팀 라이딩을 더 안전하게 만든다는 걸 알게 됐다. 이건 추천하지 않는다라는 것도 분명해졌다. 상대의 실력을 내 기준으로 삼는 태도, 힘들어도 말하지 않는 태도, 무리해서 끝까지 같이 가야 한다는 태도는 결국 관계도 체력도 같이 무너뜨린다. 아마 여기서 막힐 거다. 선배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게 어렵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직접 해보면 안다. 말하지 않으면 오해가 생기고, 오해가 쌓이면 라이딩을 피하게 된다. 나는 실제로 그런 과정을 겪었고, 그때 며칠 지나니 포기했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초반에 말한다. “오늘은 제가 컨디션이 애매해서, 업힐은 제 속도로 갈게요.” 이 한 문장이 나를 살리고, 라이딩을 살린다. 선배님과 라이딩은 결국 속도 경쟁이 아니라 관계를 유지하는 기술이다. 그리고 그 관계를 유지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내가 무너지는 지점을 숨기지 않는 것이다. 나도 이 지점에서 멈췄고, 그 멈춤을 말로 꺼낼 수 있게 되자 선배님과의 라이딩은 부담이 아니라 배움이 됐다.
